아저씨 뛰지말고 천천히...
서울 용산 삼각지에 허름한 국수집이 있습니다. 그 집 이름이 “옛집”입니다.
삼각지 전철역 2번 출구에 있구요,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집입니다.
미리 전화번호 한번 적어보세요. 02-794-8364입니다.
제 얘기 듣고 나중에 꼭 한번 들러보세요.
배혜자 할머니라는 분이 주인인데, 그집에서 국수장사를 20년 하셨어요.
이 집 국수값은 11년째 요지부동입니다. 그때나 지금이나 2천원이예요.
연탄불로 멸치국물을 우려내 국수를 말아 주는데, 맛이 기가 끝내줍니다.
그리고 무제한 리필이에요. 달라는 대로 얼마든지 더 줍니다. 공짜로요~
2천원짜리 우거지탕도 있어요. 할머니가 딸하고 함께 장사를 하는데,
딸 얘기 들어보면 “우거지탕”은 아무리 많이 팔아도 적자랍니다.
여러분, 이 할머니가 왜 2천원짜리 우거지탕을 파는지 짐작 가시죠?
가난한 사람들한테 봉사하려고 그러는 겁니다. 먹는 사람 자존심 안상하게 2천원은 받고
파는데, 한 그릇 팔 때마다 얼마씩 적자를 본다는 것이죠.
계산도 자율적입니다. 돈그릇에다 알아서 돈 내고 알아서 거슬러 가면 됩니다.
이 “옛집”이 작년에 SBS-TV에 소개가 됐습니다.
TV에 그집 식당이 소개되자 한 50대 남자한테 전화가 왔습니다.
그 남자는 PD를 보고 다짜고짜 “감사합니다”를 연발하는 것입니다. PD이름은 “김형민”입니다.
김형민 PD가 뭔가 감이 오는 게 있어서 그 남자에게 사연을 물었습니다.
사연이 이렇답니다.
그 남자는 꽤 잘 살았는데, 15년 전에 사기를 당해 재산을 다 들어먹었고,
부인도 집을 나가버렸답니다. 그 뒤로 막노동을 하면서 지냈는데,
벌이가 일정치 않으니까 돈 없어 밥 못 먹는 날도 많았겠지요?
(옛날에 저도 그런 적이 있습니다만...)
하루는 그 남자가 배가 너무 고파서 용산역 주변 식당을 돌면서 밥을 구걸했습니다.
꾀죄죄한 그 사람을 받아주는 집은 아무도 없었습니다.
자기 신세가 너무 처량하게 느껴졌고, 순간적으로 독기가 치밀어올랐습니다.
“에라 모르겠다. 이번에도 거절당하면 그 식당 불질러버리고 감방이나 가야겠다”
그렇게 독기를 품고 들어간 집이 바로 “옛집”입니다.
그 남자는 다짜고짜 자리부터 차지하고 앉았고, 국수가 나오니까 허겁지겁 순식간에 해치웠습니다.
그 걸 본 할머니가 국수그릇을 빼앗아갔습니다. 그러더니 국수를 곱빼기로 가득 담아
다시 내주는 것이었습니다. 국수를 배불리 먹은 뒤 그 남자는 냅다 도망쳤습니다.
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?
할머니가 부리나케 밖으로 뛰어나오더니만 도망가는 그 남자 뒤에다 대고
소리를 치는 겁니다.
“아저씨, 뛰지 말고 그냥 천천히 가, 다친단 말야!”
도망치다가 들은 그 한 마디에 이 남자는 그만 기절하는 줄 알았답니다.
아, 세상이 그렇게 더러운 것만은 아니구나, 하고 느끼고 세상에 대한 증오를 버렸습니다.
그 뒤 그 남자는 파라과이로 노동이민을 갔고, 거기 가서 장사해 돈을 꽤 벌었다고 합니다.
돈 벌고 한국에 다시 돌아와 TV를 보던 중 그 집을 발견한 것입니다.
그래서 PD한테 전화를 한 거예요.
“뛰지 말고 그냥 걸어가”
이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180도 바꿔놨습니다.
그 할머니 종교는 뭔지 모르겠어요. 어쨌든 부처님이나 예수님이 살아계신다면,
바로 그런 모습 아니겠습니까?
할머니는 그 남자가 도망갈 때 “112” 전화번호를 누르지 않았습니다.
스위치를 눌렀습니다. 그 남자의 가슴에다 대고 희망의 스위치를 눌러준 겁니다.
여러분, 우리도 서로에게 희망의 스위치가 됩시다.
살다보면 힘들 때 있습니다. 억울할 때도 있습니다.
그래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솔직히 있습니다.
그럴 때 젤 필요한 게 “희망” 아닙니까?
나부터 먼저 다른 사람에게 “희망의 스위치”를 눌러줍시다.
저도 이제부터는 희망의 스위치를 누르고 다니겠습니다.
자, 여러분 술잔을 들어주세요.
지금부터 희망의 스위치를 누르겠습니다.
지금부터 옆 사람의 가슴, 가슴은 좀 그러니깐 어깨에다 대고 희망의 스위치를
눌러주세요!
희망의 스위치, 건배!
감사합니다. 오늘부터 희망의 스위치를 누릅시다!
출처 http://cafe.daum.net/kys1005